- 저자
- 수전 케인
-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
- 출판일
- 2012.06.30
오늘은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 권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수전 케인(Susan Cain)이 쓴 '콰이어트(Quiet)'입니다. 원제는 'Quiet: The Power of Introverts in a World That Can't Stop Talking'으로, 우리말로는 '조용한 힘: 끊임없이 떠드는 세상 속 내향적 사람들의 파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왜 주목받았을까?
'콰이어트'는 2012년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왜 이 책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외향적 이상(Extrovert Ideal)'에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외향적 이상(Extrovert Ideal)이란?
수전 케인은 현대 사회가 '외향적 이상'을 추구한다고 말합니다. 즉, 사교적이고, 적극적이며, 말을 잘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성격이 성공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것이죠. 학교에서는 발표를 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고, 직장에서는 회의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이 리더십이 있다고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향적 이상'이 정말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고 있을까요?

내향적 성격의 숨겨진 힘
케인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강점을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 내향적인 사람들은 깊이 있는 사고와 철저한 분석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합니다.
★ 경청의 기술이 뛰어나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 혼자 작업할 때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합니다.
★ 위험을 신중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에 균형을 제공합니다.
저자는 아인슈타인, 간디, 로자 파크스, 워렌 버핏, J.K. 롤링과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내향적 성격을 통해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줍니다.
아이디어 미팅과 브레인스토밍의 허상
흥미로운 점은 '아이디어 미팅'이나 '브레인스토밍 세션'과 같은 현대 업무 방식에 대한 케인의 비판입니다. 그녀는 연구를 통해 집단적 브레인스토밍이 실제로는 개인이 혼자 생각할 때보다 덜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내향적인 사람들은 시끄럽고 자극적인 환경보다 조용한 환경에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향적 성격을 가진 부모와 자녀를 위한 조언
케인은 내향적인 아이를 둔 부모나 내향적인 부모를 위한 실질적인 조언도 제공합니다. 아이의 내향적 성격을 '고쳐야 할 문제'로 보지 말고, 그것을 존중하고 강점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또한 내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도 필요할 때는 자신의 편안함 영역(comfort zone)을 벗어나 중요한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케인은 내향적 성격만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향성과 외향성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각 성격 유형이 가진 강점을 인정하고 활용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녀는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외향적인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고, 자신의 고유한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MBTI와 내향성(I)의 이해
내향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입니다. MBTI는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가 개발한 성격 유형 지표로, 네 가지 지표 중 첫 번째가 바로 에너지 방향을 나타내는 외향성(E, Extraversion)과 내향성(I, Introversion)입니다.
MBTI에서 내향적(I) 성향을 가진 유형은 ISTP, ISFP, INFP, INTP, ISTJ, ISFJ, INFJ, INTJ의 8가지입니다. 이들은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내면의 세계'에 있다는 특징을 공유합니다.
- ISTJ, ISFJ: 책임감이 강하고 실질적인 내향적 감각형으로, 전통과 안정을 중시합니다.
- INFJ, INTJ: 비전과 통찰력이 있는 내향적 직관형으로, 미래 가능성을 깊이 탐구합니다.
- ISTP, ISFP: 자유롭고 즉흥적인 내향적 감각형으로, 현실 세계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합니다.
- INFP, INTP: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내향적 직관형으로, 개념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전 케인이 <콰이어트>에서 설명하는 내향적 특성들은 MBTI의 내향성(I)과 많은 부분 일치합니다. 특히 그녀가 강조하는 '깊이 있는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혼자 작업할 때의 생산성' 등은 MBTI에서 내향형의 특징으로 꼽히는 부분입니다.
중요한 점은 MBTI에서 내향성이 단순히 '사교성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가'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내향형(I)은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충전하고, 외향형(E)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를 얻습니다. 이는 수전 케인이 책에서 강조하는 관점과도 일치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저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종종 느꼈던 불편함과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적극적이지 못할까'라는 자책감이 실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편향된 시각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케인의 책은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는 다양성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MBTI를 통해 자신의 내향적 성향을 이해하는 것도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콰이어트'는 단순히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다양한 성격 유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교육, 업무,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내향적인 분들에게는 자신의 강점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외향적인 분들에게는 다른 관점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모두가 끊임없이 말하는 세상에서, 때로는 조용히 생각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가 그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