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혼자 산다'를 보다 알았습니다. 김대호 님이 프리 선언을 하셨네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긴 합니다만 수년간 몸담아 온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을 마감한다는 것은 김대호 님에게 매우 설레는 일인 만큼 무겁고 두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한때 나도 정규직이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도 정규직이긴합니다만, 말이 정규직이지 작은 회사가 언제 엎어질지, 언제 구조 조정을 이유로 강제 휴직이나 퇴사를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래도 계약직은 아니므로 '정규직'이라고 하겠습니다. 나도 전에는 사람들이 소위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공무원'이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철밥통이 좋아서 조직에 몸을 담았다가 결국 그 철밥통이 너무 좁고 답답해서 탈출했습니다. 당시 한창 퇴사를 고민할 때 읽었던 책 중에, 바로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었습니다. 어쩌다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책 제목을 본 순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 당장 책을 주문했습니다.
- 저자
- 알랭 드 보통
- 출판
- 은행나무
- 출판일
- 2012.02.29
일의 의미에 관한 고민
'MBC 입사 후 이 일 저 일 안 해 본 거 없이 다 해 본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었다.' - by 김대호
저도 그랬습니다. 겪을 만큼 겪어 보니, 이제는 그만 다른 일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는 일이 주는 기쁨보다는 '슬픔'이 컸습니다. 평생 '일'이란 것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나, 돈 많은 백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이 '기쁨'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곧 우리가 왜 일을 하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하면서 했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통해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와 같은 고민들은 결국 그에게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준 셈입니다.
알랭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
동명의 다른 책이 있어 헷갈리지 않도록 구분할 겸 저자를 소개합니다. 알랭 드 보통은(1969년 출생, 스위스) 철학자이자 작가입니다. 1993년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데뷔했으며 프랑스 예술문화 훈장, 샤를르 베이 옹 유럽 에세이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아버지는 유대계 은행가로 가정환경은 부유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알랭 드 보통은 철학,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철학의 어려운 개념을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능통했습니다. 때로 '사랑, 일, 여행' 등 흔하고 일상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의 가치를 재정립함으로써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내면의 성장을 돕는 멘토와 같은 책입니다.
모순 덩어리, 일
일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생존 수단입니다. 더불어 일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능하며 자아를 실현하기도 합니다.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러나 때론 일 때문에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일 자체로 인해 불안을 겪기도 합니다.
작가는 직접 다양한 직업 현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았습니다.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스킷 공장의 직원, 예술가, 기업 임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통해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지위, 심지어 사랑과 죽음과도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일이 단순히 돈벌이 수단만은 아니라는 것을.
누가 읽으면 좋을까
자신의 직업에 회의감을 갖고 있는, 일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싶은, 다양한 직업 현장의 이야기를 엿보고 싶은,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글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랜 시간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독을 품듯 견딘 직장이라도, 직장이라는 끈을 놓아버리고 일을 그만두는 순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불안'과 '불확실성'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을 잃습니다.
그러나 이성보다 더 큰 꿈이라는 녀석, '변화와 성장의 기회'라는 푯대는 우리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존버든지 퇴사든지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우리의 마음과 태도가 방향을 결정할 뿐입니다. 일은 참 소중합니다. 그만큼 일을 참 괴롭습니다. 그렇습니다. 일은 우리의 '기쁨'이자, 우리의 '슬픔'입니다.